0.About.
RH+AB.
이탈리아 로마 출생, 몸이 약한 어머니의 요양을 위해 어릴 때 유럽 주위를 전전하다 결국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정착했다.
큰 규모의 상조회사 직원. 말단 직원이며 젯밥 얻어먹는 게 일이라곤 하나 파티장에서 와인을 걸치는 것이 어울릴 상을 하고 있다.
불길하다며 꺼리는 사람도 몇 있는 모양이지만, 어차피 회사원이랑 별 다른 차이는 없다면서 슬 웃었다. 주제에 남에게 명령하듯 손짓하는 것이 퍽 자연스러웠다.
남 하자는 대로 곧잘 휘둘리는 것 같지만 재미없으면 금세 손을 놓아버렸다.
1.Dec. 31th
정확히는 12월 31일과 1월 1일에 걸쳐 태어났다고 한다.
정확히는 뱃속에서 머리를 내밀자마자 늦은 밤에도 불구하고 모여든 사람들이 잔뜩 호들갑을 떨었다.
편의상 호적에는 12월 31일로 올려 둔 상태.
탄생화 ▷ 노송나무_불멸
월 탄생석 ▷ 지르콘_성공과 승리
일 탄생석 ▷ 야호이트_온갖 정화
탄생목 ▷ 너도밤나무_창조
별자리 ▷ 마갈궁
수호성 ▷ 토성
2.Appearance
▶"왜 그렇게 봐, 내가 잘 생겨서?"
질 좋은 흑백 일색의 맞춤정장, 손목의 P사제 175주년 기념 시계. 말단이라면서? 잘 사는걸로 갈구는 사람이 없으니 아무렴 됐다고 손을 휘휘 내저었다.
흡연, 음주를 모두 하지만 즐기는 수준은 아니다. 자기관리에 철저해 담배 냄새가 잘 나지도 않았고, 술을 먹고 일을 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자부했다.
마땅히 향수는 뿌리고 다니지 않았다. 일 할때 향수 냄새가 나면 부정탄다고 했던가... 어느 나라의 것인지 모를 이야기였지만 업종이 업종인 만큼 쉽게 치부할 수는 없었다.
건강한 외양과 대비되게 체온이 서늘하고 손끝이 찼다. 타고난 체질이라는 모양.
넓은 보폭이 당당했고, 한 순간도 자세가 흐트러지는 법이 없었다.
3.Family
▶"우리 가족? 사이 좋지~."
유명 기업인인 아버지와 여러 기업의 대주주로 통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났다. 이해타산과 경제적인 이유에서 기인한 결혼이 시작이었으나 운 좋게 서로 마음이 맞았기에 드물게 화목한 수준을 넘어 남들 시샘하기 딱 좋은 금슬의 한 쌍이었다.
다만 다른 형제는 없다. 부모는 카시미르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며 말했으나, 부친의 오랜 소원이 어머니를 닮은 딸들이라는 것을 모를 그가 아니었다.
구태여 그 하나로 끝난 이유는 자신을 낳은 이후로 한차례 다시 임신했다가, 유산하며 명백히 수척해진 어머니를 염려한 것일 터다. 팔자에도 없는 이탈리아로 요양을 간 이유도 모두 그 때문이었으나,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가족은 행복했으니까.
부모가 죄 아들에게 무심한 구석이 있었다. 강요하지 않고, 억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뿐이다. 결핍을 느낄 법도 했으나, 무심은 타고난 유전이었기에 무심함 속에서 이상을 느낄 일도 없었다.
4.Voice
▶"듣기 괜찮을걸? 다들 그러더라고."
이태리어, 불어, 독어와 영국식 영어 등 다국적의 언어를 곧잘 소화해냈다. 어릴적부터 여러 나라를 전전한 탓인지.
평이한 속도의 말에 망설임이 없고 어조가 명확하다. 느긋한 반말조에, 일을 할 때나 내킬 때를 포함하여 드물게 존대를 사용했다.
다만 말 끝이 맥없이 늘어지는 편이었다. 공적인 상황에서는 아니라고 하니 사석에서 꽤나 해이해져 있을때 나오는 말투인 모양.
본래 상당히 낮은 중저음이었으나 의도적으로 두세 톤 목소리를 높여 제법 목소리가 높은 것 처럼 들린다.
느긋한 반말조. 일을 할 때를 포함해 드물게만 존대를 사용했다.
제 좋을 대로 타인을 칭했으며, 염려와 정감어린 어조를 차용했으나 본질은 역시나 어릴 적부터 이어져온 무심함이었다.
5.Favors
눈 밑에 옅게 드리운 기미는 불규칙한 수면의 증거였다. 아메리카노라 하기에는 에스프레소 몇 인분에 물만 대충 때려넣은 커피를 한창 입에 댔다. 으적대며 얼음 몇 번을 씹으며 가끔 드리우는 잠 기운을 물리다가 질려버린 것이 몇 달 전이다. 무어라도 새로운 걸 찾아야겠어. 이후로 사흘에 한 번은 먹는 음료를 바꾸어 보았으나 입맛에 죄 맞는게 없었다. 결국 카페에서 늘 먹던걸로 달라는 말을 하면 이제 안면을 튼 직원이 놀리듯이 샷이며 얼음을 잔뜩 때려부은 커피를 건넸다. 이걸 좋아하는건지 싫어하는건지... 구태여 따지자면 애증이었다.
제비꽃 설탕절임이 좋다는 말에 열에 아홉은 입맛 참 고급지다며 빈정거렸다. 하기사 꼭 수제만 고집하는 주제에 하루에 한 봉지씩은 비우니, 원체 달달한 것을 좋아한다곤 하지만 가게에 한번 물품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재고가 말랐다.
굳이 제비꽃 설탕절임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고 달달한 것이라면 죄 좋아했지만 꼭 꽂힌 것 하나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었다. 언젠가는 레몬맛 머랭케이크였고 언젠가는 마카롱이었으며 언젠가는 다쿠아즈이기도 했으나 몇 주를 못가서 죄다 물렸다며 집어 치운 주제에 이십년 넘게 제비꽃 설탕절임만 먹는 것이 우스울 지경이었다. 늘 먹던 걸로 달라면 자연스레 알아듣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다른 걸 못 먹는것도 아닌데 새로이 꽂히는 걸 찾기 전까지는 언제고 원래의 취향으로 돌아왔다. 제비꽃 설탕절임을 처음 입에 댄 것이 일곱 살이었으니, 이것도 20년이 넘은 고루한 취향이다.
고루한 취향이라 하니 떠오르는 것이 그의 집에 널려있는 클래식한 LP판과 레코더였다. 취미는 클래식부터 재즈까지 폭이 넓긴 했으나 죄다 수 백년에서 수십 년은 된 것들이었고, 골동품을 모으는 취미도 있었다. 취향 참 올드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고-대부분은 빈정거림이었으나-, 그에 별달리 신경쓰지도 않았다.
취향이라기보단 취미에 가깝긴 했는데, 음악 계열 예술 전반에 조예가 있었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기타 등의 악기연주는 수준급이었다. 본인의 연주 뿐만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참관이나, 현악곡이 담긴 CD나 LP판을 틀어두는 일도 많았으니 그런 류의 음악 전반을 좋아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터다. 다만 누군가에겐 유감일지도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면, 하나 찍으면 그것만 파고드는 성격 답게 한 곡을 서른번이며 많게는 수백 번 까지 반복재생 해 댄다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건 언제나 좋지. 그가 드물게 종류 하나만 특정해서 가리지 않는 포괄적인 분야였다. 특히 시각적인 미혹에 쉽게 이끌렸다. 이를테면 디저트 공예라던가, 요리의 플레이팅이라던가 잘생긴 사람하며 조형미가 느껴지는 건축물까지 죄다. 이쯤되면 미술품 하나나 화가를 진득하게 파고들 법도 하건만 미술품을 모으는 취미는 아직은 없었다. 비주기적으로 원하는 전시회에 방문하는 것을 제외하면.
좋아하는 것은 고정적이었으되 썩히 불호를 가리는 성미는 아니었다. 특히 음식이라면 죄 고급스러운 것을 먹어봤기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집에 고양이를 세 마리는 족히 길렀다. 고양이에게 인기가 너무 좋은 나머지 회사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떨어지려 하질 않아 새로이 들일 준비마저 하고 있었다. 고양이, 좋잖아. 그 덕분에 달리 좋아하던 다육식물이며 난 화분이 죄다 작살났음에도 불구하고 허허 웃으며 넘겼다. 고양이만 좋아하는가 하니 꼭 그렇지는 않았는데, 유독 동물에게 인기가 많은 체질인 듯 했다. 다만 자신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자신의 집 고양이들에겐 늘상 외면당하고 살았다. 그나마 회사의 고양이에게 위안을 얻는 안쓰러운 인생이라며 자조했다.
6.Disfavors
불호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 치고는 이래저래 불평하는 것은 많았다. 다만 그 대부분을 진지하게 들을 필요가 하등 없는 투덜거림에 불과했으니 가볍게 무시해도 좋았다. 정작 자신부터가 싫다고 말은 하면서 행동은 정 반대인 것이 많았다.
뉴스는 질렸어. 차라리 여우가 눈밭에 머리 박고 해파리가 떠다니는 동물 다큐멘터리가 더 재미있지 않나? 그러면서도 TV 채널은 뉴스에 고정되어 있었다. 참 불쌍한 인생이라며 또 자조했다.
영국 전통의 괴식이라면 질려했다. 부친이 사왔던 장어 젤리를 퍽 맛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먹었다가 시궁창같은 맛에 그대로 먹었던 것을 게워내고 나서부터였다. 정작 부친도 영국제 괴식이라 하면 굉장히 싫어했는데, 굳이 아들을 골려먹겠답시고 장어젤리를 정성껏 포장해 냉장고에 두었다는 모양이었다.
차트같은 것도 영 별론데...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이탈리아 유망 대학의 경영학과 출신이라 지긋지긋하게 볼 수 밖에 없었다. 말단 사원으로 부려먹는 주제에 상사들도 죄 차트 정리할 일 있으면 제게 가져온다며 불평했다. 그렇게 한 것에 취미를 붙이는 것을 잘 한다면 이런 것들에도 정을 붙여보라는 소리를 들으면 드물게 질색하는 낯으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게 있다며 비감을 표했다.
늘상 새로운 재미거리와 취향을 찾아 헤매었으나 언제나 그랬듯이 원점으로 돌아오는 저 자신에게도 반쯤 환멸이 난 상태였다. 다른건 여차하면 버릴 수라도 있지, 이걸 버리면 잘생긴 시체밖에 안 남네... 시체로 남기기에는 너무 유려한 외모라 그럴 수 없었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랬기에 보통 싫어할 외부로부터의 위협에도 태연했다. 오히려 즐거이 여기는 쪽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인생 전반이 안전불감으로 짙게 절여져 목숨 오락가락하는 스릴러마저도 실감나는 게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 드물게 눈을 빛내며 말하는 꼴이 여러 사람을 기함케 했다.
내가 쉬는걸 방해하진 말아줄래? 늘상 짓던 웃음을 짓고 있었으나 귀찮아 죽겠다는 듯 온 몸을 늘어뜨리고 있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 건드리는 것을 썩 좋아하지도 않았으나, 직장인의 비애답게 피곤할 때 제때 쉬지 못했으니 이것도 익숙했다. 날이 갈수록 눈 밑이 시커멓게 된 것은 유감이지만, 그런 것을 일일히 걱정할 사람은 주위에 없었다.
내게 네 계획을 강요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는데... 제 행방을 스스로 알리는 성격도 아니었고, 변덕이 죽 끓기보다 더 한 인간이었으니 맞추려 해도 맞출 수가 없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지나치게 깐깐하고 계획적인 인간이 이에 속했는데, 느긋하고 여유로울 때야 내심 인내하고 수긍하여 상대에 맞추려 들었으나 제 기분이 조금만 틀어져도 드물게-누가 커피에 식초라도 탄 것처럼- 이맛살을 찌푸리고 불쾌감을 하릴없이 드러내곤 했다.
사실 거창한 계획을 들이미는 사람보다는 제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행위 자체를 질색하는 인간이었다. 용케도 회사 생활을 하나 싶지만, 얼마나 명령 듣기가 싫었으면 이것저것 누가 시키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해야 할 법한 모든 업무를 미리 해두고 상사가 이야기 꺼내기도 전에 들이미는 것이 일상이었던 모양이다. 누군가와 협력하는 것이나, 부탁을 수용하는 것은 싫어하지 않았으니 협력을 원한다면 수평적인 태도를 청하는 쪽이 좋을 것이다.
7.Hobbies
취미라는 것을 하나로 특정 지을 수가 없었다. 1년에도 여러 번을 바뀌는데, 다 하나같이 어느 정도 하면 때려쳐버리곤 했다. 그러면서도 뒷받침될 실력이 필요하다면 죄 어느 수준 이상에, 수집하는 것들이라면 남들이 눈에 불을 켜고 모으려 할 법한 것들을 다수 가지고 있었다. 펜싱, 체스, 여러 악기 연주, 퍼즐 풀이, 승마, 우표수집, 화폐수집, 카드 수집, 시계 수집, 골동품 수집과 카드 탑 쌓기하며 ... 하다 못해 네일아트까지. 네일아트는 대체 왜 하냐 물으니, 반짝거리는 재질감이 재밌어보여 그렇다 했다. 비싼 돈 주고 준비하고, 또 모아놓고 그런 것들에 큰 욕심이 없어 주위에 나누어주는 일도 허다했다.
그나마 고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취미도 호불호를 이어 낡아 빠졌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다 너머에서 수입해 오는 공예차를 즐겼고, 만년필에 제 눈색을 닮은 잉크를 채워넣어 캘리그래피를 쓰는가 하면 낡은 주화를 수집하는가 하면 실링 왁스를 휘휘 저어 지인들에게 손수 쓴 손편지를 송부하는 일이 허다했다. 순전히 실링 왁스와 캘리그래피를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 기반된 행동이었다.
재능만큼 개화하지 못하는 실력이 주변인을 안타깝게 했다. 분명히 뛰어난 두각을 보였지만 금세 그만두어 버린 것이 그 이유. 조금만 제대로 배우면 분명히 대성할텐데 대체 왜 그만둔 거냐고 묻는 말들에는, 글쎄... 질려버렸는걸. 그러면서도 가끔 또 심심하다며 추억을 늘어놓듯 꺼내보기도 했다.
그나마 진득하게 해본 것이라면 수집 중에서는 시계 수집이었고, 취미활동 중에서는 펜싱과 바이올린 연주였다. 시계는 부품이 맞물리며 이어지는 정교함에 매료되어 그러했고, 나머지 취미활동은.. 아주 어릴적부터 시작해 아직도 가끔씩 손 대고 있는 것들이었다. 주니어 시절 받은 상패를 아직 버리지 않아 장식장 한구석에 널려 있었다. 취미에 썩 열을 올리진 않으나 다방면에 재능이 뛰어나 어느 정도 수준은 했다.
너, 천재구나. 한 가지 분야에서 타인이 무던히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경지를 곧잘 쉽게 올랐다. 뭘 해도 잘 할 수 있겠지. 신은 불공평한 존재라는 것에 대한 산 증명이었다. 뭘 해도 어지간한 수준 이상은 할 것이다. 그를 가르치고, 그와 함께한 모두가 곧잘 깨닫곤 했다. 다만 하기 싫다고 생각해 버린 것은 당장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하려 든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한탄이며, 누군가에게는 위안이었다. 정작 당사자는 아무런 생각도 없는 것이 우습다. 끈기와 지속적인 열정의 부재다. 그러고보니 어릴적부터 무던히 부모 속을 썩여 한달에 한번은 인성검사며 발달 검사를 받았댔던가.
8.Physical
전반적으로 신체 능력이 탁월했다. 근력도, 체력도 그랬고. 쉽게 지치지 않으며 흥밋거리 하나 찾으면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것도 체력이 다 받쳐주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제 흥미를 자극하지 못하는 것 앞에서 곧잘 지친 체 하며 더는 못한다며 손을 내젓는 것은 전부 가당치도 않은 연기다. "움직이기도 너무 귀찮긴 한데, 관리 안 하고 그냥 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얼굴이네..." 이쯤되면 귀찮은 게 먼저인지 자만이 먼저인지 모를 우스운 일이었으나, 놀랍게도 그 묘한 경계선을 타고 늘상 스스로를 관리하려 다니고 있었다. 호들갑에 가까운 피부 미용부터 꾸준히 관리받는 체형까지 전부 다.
9. About : Exhibition
왜냐니, 재밌잖아. 창백한 겨울 꽃눈의 봉오리같은 모양새를 한 티켓을 집어들고 흔들었다. 인사팀에 있는 상사가 일이 너무 바빠 넘겨준 티켓이라 이야기했는데, 팀장님에게 이런 티켓을 받는 말단이라니 어지간히도 예뻐보인 거 아니냐며 실실 웃었다. 씨앗 모양 티켓에 들어있는 숙소의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하루에 하루치 숙박비 이상의 팁을 쓰는 것이 아무래도 초대장에 딸린 이벤트 따위는 일절 관심이 없어 보였으나, '보다 작고 특별한' 티켓이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돈으로 다 못 누리는 호화 서비스라니, -전시회 입장료야 몇 번을 내도 상관 없었다- 화가의 특별한 지시나 염원 따위가 담긴 것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물론 작품에 대한 흥미도 적지는 않았으나.
셀레나 S. 화이트의 독특한 작품관과 요구사항-작품을 벽에 매달아 달라거나, 눈을 담은 그림 근처에서 인공 눈을 내리게 해 달라거나-에 대한 것들을 듣고서 미술관의 특별 티켓 수색에 더욱 박차를 가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겨울 정적의 고즈넉함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도 있었으나 역시나 특이함을 넘어서 기행으로도 보일 수 있는 화가의 성미에 이끌렸음이 확실했다.